한국의 전통 발효 식품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뜻으로 모였습니다. 의사, 엔지니어, 생명과학자, 물리학자 등 각자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서울효모방을 2018년 가을에 창립하였습니다.
서울효모방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주를 분해와 재구성을 통해 해석하여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포스트모던 양조장입니다. 우리는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다채로운 맛과 향의 레이어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전통주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세계에 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쌀과 누룩을 사용한 전통주는 19세기 중엽 최고의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공장이 아닌 가정과 주점에서 자신만의 재료로 독창적인 레시피를 창조하였으며, 이를 가양주라고 불렀습니다. 조선 중엽을 넘어가면서 가양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엄청난 숫자의 브루펍이 만들어졌는데, 당시 서울에는 상점의 70%가 양조장 겸 주점이었고, 각 양조장이 2kL가 넘는 규모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멸망을 시작으로 군사정권까지 100여년동안 가양주의 전통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해당 기간동안 가정에서 양조가 금지되었고, 제조면허를 받은 공장에서만 술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저가형 인공감미료 막걸리가 개발되었고, 그마저도 20세기 후반 쌀로만든 술이 금지되면서 타피오카를 사용한 값 싼 소주가 시장을 장악하였습니다.
100여년의 암흑기 이후 1990년 가양주 제조 금지가 철회되었고, 2008년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작은 한국술 양조장이 늘어나고, 술을 파는 한식주점이 성장하면서 가양주가 부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술을 복원하기 위해 일부는 고조리서에 나오는 레시피를 기준으로 옛 술을 만들었고, 이들을 전통주라고 불렀습니다. 일부는 값 싼 막걸리의 대량공정과 인공감미료를 받아들여 근대 한국술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전통이 단절된 이후 형식만으로 한국술을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100년전의 방법으로 술을 만들면 그때의 맛이 날까요? 암흑기가 없었다면 지금도 고대의 기술을 사용해서 술을 만들고 있을까요? 서울효모방은 가양주의 정신적 전통을 계승합니다. 한국술에 어울리는 새로운 제조공정을 만들고, 자신만의 레시피에 창작자의 표현을 담아냅니다. 이를 통하여 가양주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고 넓은 술의 세계를 새로운 한국술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서울효모방의 모든 작업은 양조 공정을 재구성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저희는 술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전통 기법의 장점을 살리면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과 기기를 설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컨셉을 그려낼 수 있는 도화지로서의 한국술의 바탕을 완성하였습니다.
한국술은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질을 통해 타 주종에 비해 복잡미묘한 맛과 향을 깊이있게 쌓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쌀과 더불어 꽃, 과일, 허브같은 제철 부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가양주의 전통이 접목되어 향미의 레이어를 쌓는데 어떤 주종보다 특화되어 있습니다. 서울효모방은 이러한 감각의 적층을 통해 여러분을 맛과 향의 향연으로 안내합니다.
서울효모방은 다면적인 맛과 향을 지향하는 바, 어떠한 합성 감미료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두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감미료는 강한 맛으로 잡미를 가려 품질의 오류를 쉽게 덮을 수는 있겠지만, 잘 짜여진 원주에 얹혀진 신선한 원물 재료의 깊은 맛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물론 원재료를 사용해 특징을 표현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오직 서울효모방의 철저히 짜여진 공정과 제품 설계만이 이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로 깊이를 찾느라 매번 같은 경험을 보장하지 못하는 전통주, 쉬운 대량생산을 위해 깊이를 잃어버린 근대 막걸리 이후에 우리는 도구가 아닌 경험으로써의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현대 한국술이 필요합니다. 서울효모방은 천개의 집에서 천개의 레시피로 술을 빚던 가양주의 전통을 오로지 한국술만이 할 수 있는 개념주의 제품으로 계승하여 포스트모던 한국술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합니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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